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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0일 수요일

앨튼 브라운 아저씨,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앨튼 브라운 아저씨, Food Network에서 [Good Eats]라고 요리과 과학, 역사를 코믹하게 접목시키는 쇼를 진행하면서 유명해진 아저씨에요. 한데 이 아저씨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음식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 지, 말하자면 음식이 어디에 사는 지 혹은 어디에서 길러지는 지, 어떻게 죽는 지, 어떻게 처리되는 지를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문화에 사는 우리들은 누구도 진정으로 지속가능하게 살고 있지 않은 것이죠.

I realized that we’re so disconnected from our food — where it lives or grows, how it dies, how it’s processed. None of us in this culture are really living sustainably. 

- Food Star Alton Brown Talks Sustainability, Ecorazzi에서

5살난 딸에게 지금 네가 먹는 닭이 이전에 본 농장에 있던 그 닭이라는 걸 가르쳐 주면서 (난리가 났었겠죠?) 로컬푸드과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생각인 데, 80년대에 덴마크 파로에 섬의 고래 잡이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네들을 전세계적인 비난을 받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네들은 수백년간 '로컬'푸드를 준비해왔더라는 겁니다. 음식이 어디서 오고 어떻게 죽고 어떻게 준비되는 지를 모두들 직접 체험하면서. 일견 잔인해 보이지만 저네들의 사냥이 미국의 도축장보다 더 잔인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음식을 준비하면서 내 손에 피를 묻히면 야만이고 다른 사람이 대신 묻혀주면 문명이라는 구분이 과연 적확한 것일까요. 우리의 음식이 되는 동물과 식물이 어디서 자라고, 죽으며, 처리되는 지 아는 게 지속가능한 길을 가는 조건이라는 브라운 아저씨의 말은 그런 측면에서 새겨들을 이유가 충분해 보이더라는 겁니다. (Ecorazzi에서)

2008년 9월 8일 월요일

덴마크 파로에 섬의 연례 행사



매년 덴마크의 파로에 섬에서는 빨갛게 물든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축제죠. 하지만 이 행사는 시카고에서 매년 성패트릭 데이를 기념해서 시카고 강을 녹색으로 물들이는 것과는 많이 달라요. 둘 다 생분해되는 천연염료를 쓴다는 점은 같다고 해야할까? 저 빨간 색의 염료는 다름 아닌 들쇠고래(Pilot Whale)의 피거든요. 파로에 섬 거주민들은 1,000년 이상이나 들쇠고래를 주요한 식량원으로 써 온 바이킹의 후손들입니다. 여름 동안 대략 900 ~ 1,000 마리의 들쇠고래를 그네들 말로 '들쇠고래 사냥'쯤 되는 grindadráp 동안 처리하는 거죠.



오해를 덜기 위해 미리 말하자면, 들쇠고래는 멸종 위기에 놓인 종은 아니에요. 게다가 저 섬 주민들은 들쇠고래의 고기로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냥은 공히 저 공동체가 주관하고 거기서 얻은 고기는 그네들의 식량으로 쓰이는 거죠. 그리고 저 '사냥' 자체가 공동체의 문화와 정체성에 워낙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여타 환경단체들도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혹은 못하고) 있고 말입니다. 말마따나 수백년을 이어온 일이니 말이에요.

한데, '환경' 문제는 다른 쪽에서 일어나고 있더라는 겁니다. 저 섬의 공동체는 대략 5,000명 쯤 되는 데, 이네들이 언제부터인가 건강을 잃어가고 있더라는 거죠. 들쇠고래들에 축적된 수은 함량이 늘어나게 되면서, 그네들을 먹거리 삼던 저 동네 양반들도 수은 중독의 위험을 피해갈 수 없게 되었더라는 겁니다. 아이들 중에서도 수은의 영향으로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구요. 공동체의 존립이 위험해져가는 상황이더라는 겁니다.

그래도 저 곳에 있는 양반들은 매년 '사냥'을 합니다. 그네들의 전통이자 그네들의 먹거리니 말이죠. 아마 더 이상 공동체가 지탱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어도 '사냥'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사람들은 있을 겁니다. 문화, 특히 저렇듯 먹고 사는 문제가 걸린 문화의 관성이란 건 때로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크니 말이죠. 몇백년을 이어온 안전한 식문화라는 게, 겨우 몇 십년만에 그네들에게 독이되는 식문화로 바뀌었다는 걸 인정하기가 어디 쉽겠습니까. 파로에 섬 주민으로 남기위해, 파로에 섬 주민으로서 '전통'을 지키려는 이들의 노력은 고래심줄만큼 질기게 계속 되지 싶습니다.

파로에 섬의 '사냥'에 대해서는 위키페디아에서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PBS에서는 The Faroe Islands - Message from the Sea라고 파로에 섬의 실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온라인에서 제공하고 있으니 둘러보실 분들은 찾아보시구요. 글쎄요. 저 공동체가 아픔을 못이기고 '사냥'을 그만두는 게 먼저일까요, 아니면 수은중독으로 개체수가 줄어든 들쇠고래 때문에 '사냥'을 할 수 없게 되는 게 먼저일까요. 이건 어느 쪽이든 지는 게임이로군요. (Earth First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