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4일 일요일

코펜하겐은 마천루를 싫어해

보통 한 나라의 수도에는 크건 작건 마천루가 들어서기 마련입니다. 요즘은 그 정도가 더 하죠. 정말 웬만큼 '세계도시'란 말이 붙은 도시라면 더 높은 마천루를 들여놓지 못해 안달일지경이니 말입니다. 한데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그리 고층건물을 좋아하지 않는 도시로 남을 모양이에요. 바로 얼마 전에 시의회에서 중심지에 고층건물을 금지하는 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마천루를 지을 수 있는 곳은 항구에 가까운 지역에 한정해 놓고 말이죠.

이건 우리가 아는 부동산 모델과는 많이 달라요. 접근성이 가장 좋은 중심지에 가장 높은 건물이 들어서고, 중심지의 가용지가 희소해 지면, 도시의 다른 지역에 다시 건물 클러스터가 생겨나는 이런 모델 말이죠. 서울에서 중구/종로구와 강남구가 오피스 건물 입지의 대명사가 된 게 좋은 예죠.

뭐, 기본적으로 경제라는 건 '가격' 기제를 통해 작동하는 데, 이 가격 기제를 형성하는 사람들의 '가치' 구조란 건 꼭 모든 곳에서 같으란 법은 없더라는 겁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사는 양반들은 그네들 도시 중심지에 있는 옛스러운 분위기를 보전하는 게 적어도 아직은 그네들에게 더 가치있는 일이란 결정을 내린 셈이죠.

참고로 말하자면, 코펜하겐은 2008년 Monocle에서 선정한 Top 20 Most Livable Cities Chart에서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한 살기 좋은 도시입니다. 널찍한 인도와 자전거 도로, 그리고 도시 곳곳에 묻어나는 '휴먼 스케일' 디자인이 이 도시의 매력이라고 합니다. 분명 인구가 적어서 그런 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의 역사에서 묻어나는 선택의 연쇄에는 분명 '철학'이라는 게 엿보여요. '새 것'의 미학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어려울 도시, 그게 코펜하겐인 것 같더라는 겁니다. (TreeHugger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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