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8일 월요일

'내 집만은 아닐거야!' 정서

Zillow라고 부동산 회사가 얼마 전에 집주인들을 대상으로 설문를 했더랍니다. 한데 결과가 재미있어요. 이네들의 자료에 보면 미국에선 작년에 77%의 주택이 가격하락을 겪었는 데, 설문을 해보니 집주인들은 62%가 자기가 소유한 주택은 가격이 상승했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대로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네들은 이걸 '내 집만은 아닐거야!' (Not My House!) 정서라고 불렀습니다.

[Practically Irrational]의 저자이자 심리학+행태경제학을 연구하는 댄 아저씨는 이게 사람들이 자기 집을 취향에 맞게 개조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닐까하는 가정을 내놓습니다. 그러니까 '내' 입장에서 보면 동네의 다른 집들 보다 내 집이 나아보이기 마련이라는 거죠. 그렇게 손봐왔으니까.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보다 값어치 있어졌을테니까. 하지만 저 아저씨 말마따나 다른 사람들의 취향이 집주인의 취향과 같으란 법은 없죠. 객관적인 조건만 놓고 따진다면 딱히 그 집이 다른 집보다 낫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일 겁니다.

그럼 집주인이 '객관적'으로 자기 집의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는 걸까요? 댄 아저씨는 그건 아주 어려운 일이라고 선을 긋습니다. 다만 규정 때문에 자기 집을 마음대로 개조할 수 없는 콘도 같은 걸 가진 양반들에게는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요. 한국의 '아파트'를 집어 말하는 것 같아서 조금 놀랐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돌면 아파트 주민들이 한 목소리로 나서는 일이 종종 생기는 것일까요? 나름 '객관적'으로 자기 아파트의 가치를 판단하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짧은 생각입니다만, '개조'라는 측면에서 가능한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의 가격 편차를 비교해 보면 흥미로울 것 같군요. (Practically Irrational에서)

댓글 2개:

  1. 흥미롭군요. 역시 사람이 가장 못하는 일이 자기객관화인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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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가람 - 2008/09/08 16:32
    그렇게 생겨먹질 않았으니까요. 사람이란게.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하지만 거꾸로 사람들의 그런 점을 이해하고나면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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