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3일 토요일

대형 강입자 가속기는 환경친화적일까?

대형 강입자 가속기(LHC: Large Hadron Collider)가 화제입니다. 지하 100m, 지름 8km의 이 가속기는 우주 생성의 순간을 재현하여 쿼크 보다 작은 입자를 관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게 해줍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정환 아저씨가 잘 설명해 주셨네요. 

저 가속기가 환경친화적이냐... 라는 질문은 도대체 저 짓을 왜 하느냐 하는 소박한 질문과 상통하는 면이 있어요. 가속기의 '가격'은 90억 달러입니다. 뭐, 저 가속기를 판다는 게 아니라 제작하는 데 그만큼 들었다는 이야기지요. 가동하는 데 드는 전기는 14조 전자볼트, 대략 제네바에 있는 모든 주택에 공급하는 에너지와 같은 양이라고 합니다. 이걸 전기요금으로 계산하면 1년에 3천만 달러씩 내야하는 정도라네요.

게다가 여기 들어간 금속의 총량은 대략 에펠탑에 쓰인 금속량과 같아요. 가속기에 쓰이는 초전도 자석 냉각에는 128톤의 엑체 헬륨이 필요하고, 여기서 나오는 정보를 기록하는 데만도 3백만 개의 DVD가 필요하더라는 겁니다. 여기에 몇몇 회의론자들은 실험 도중에 생기는 블랙홀 때문에 지구가 내파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기도 해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양반들도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는 게 사실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안다면 실험을 굳이 할 필요가 없잖아요.

하니 이 가속기 자체가 '환경친화적'인 건 아닌 것 같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속기는 '블랙홀'의 생성과 소멸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점을 받을 만한 여지가 있어요. 역시 논쟁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초대질량 블랙홀은 우리가 아는 우주에서 가장 효율적인 엔진이라고들 하거든요. 블랙홀을 '과학'으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주에서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원을 얻게 되는 겁니다. 

물론 이건 저 가속기 실험이 성공한다고 해도 한참 후에야 가능할 지도 모르는 예상에 불과해요. 게다가 저 가속기는 딱히 블랙홀 과학을 위해 건조된 것도 아니고. 그래도 만약 성공한다면, 그래서 먼 미래에서라도 블랙홀을 에너지 원으로 쓸 수 있다면, 블랙홀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문자 그대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환경친화적인 에너지가 될 수도 있더라는 겁니다. 

길어졌는 데, 정리하자면, 단기적으로 대형 강입자 가속기는 참으로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끔찍하게도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시설이에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여기서 얻어질 과학적 성과는 우리에게 가장 효율적인 대체에너지 원을 선물할 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저 가속기가 이미 건설되고 시운전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적어도 인류의 일부는 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식견과 과학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어떤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에요. 올해 말에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간다는 데, 그 때 끝나는 미래는 아니길 빌어요. (Huffington Post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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